물의 품에 안겨있는 얽은 집 한 채
어미는 사방 난간을 돌며
알을 데우고 있다
누군가의 우주가 된다는 것
이 거룩한 작업을 지켜보며
어미에게 알이 우주인지
알에게 어미가 우주인지
나는 호흡을 다독거려
물빛도 긴장한 호수 언저리를 서성인다
온기를 덧대어
끝없이 불어넣는 숨결
봄도 막바지인데
산부인과 병동엔
두 우주가
어느 정거장에서 접선을 준비하고 있다
나의 탯줄도
원천을 찾아 이어지는 시간이다
<시작노트>
마당을 나서면 호수가 시작된다.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무리를 지어 멋진 비행을 펼치곤 한다. 올봄에는 새끼 고니가 혼자 남아서 안타까움을 주었다. 며칠 후 사라진 것을 보고는 가족들을 잘 따라갔겠거니 안도의 숨을 쉬기도 했다.
뿔논병아리, 물닭 등 다양한 새들이 얼키설키 엮은 둥지 안에서 알을 품고 있다. 이 광경을 지켜보며 누군가의 우주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거룩한 일인지를 묵상해 본다.
〔신향순 시인 약력〕
《미네르바》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시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인성교육위원. < 문학과 비평> 작품상 수상. 시집 『목요일에 비가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