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봄의 별미(別味) 도다리쑥국 -시인 김동출
  • 포켓프레스
  • 등록 2023-04-17 05:22:08

기사수정

 

통영 사는 남정네들은

새 쑥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어장(漁場)에서 봄 도다리가 올라올 때면

죽이 맞는 친구들 불러 모아

봄 도다리쑥국을 먹었다.

 

향긋한 쑥 향기와

살 오른 봄 도다리 조합의 쑥국은

봄의 별미로

뻘뻘 땀 흘리며 뜨거운 도다리쑥국 

한 그릇 하고 나면

온몸이 후끈후끈 기운이 벌떡 솟았다.

 

동피랑 언덕에 갯비린내가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던 어느 해 봄날에

동료들과 점심때 찾았던

남항동 골목 안 허름한 식당에서

노모가 낡은 양푼에 끓여내었던

도다리쑥국의 담백한 그 맛이

봄이 오면 어머니 손맛처럼 그리워진다.

 

<詩作 노트>

 통영의 갯가 남정네들은 따뜻한 봄 되면 삼동(三冬)을 보내는 무슨 통과 의례같이 도다리쑥국을 먹었다. ‘도다리쑥국’을 빌미로 날을 잡아 친구들을 불러 모아 회포를 풀면서 소주잔을 건네며 우정을 나누었다. 

필자도 1990년 후반기 몇 해 동안 통영에 머무르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통영의 문화에 젖은 탓인지 봄이 오면 도다리쑥국을 함께 먹으며 소주잔을 나누었던 그 시절에 만났던 사람들이 어제 일처럼 그리워진다.

 

 <김동출 시인 약력>

2021년.「신문예」詩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2021년.「신문예」에스프리문학상(수필) 수상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
error: 관리자에게 문의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