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사는 남정네들은
새 쑥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어장(漁場)에서 봄 도다리가 올라올 때면
죽이 맞는 친구들 불러 모아
봄 도다리쑥국을 먹었다.
향긋한 쑥 향기와
살 오른 봄 도다리 조합의 쑥국은
봄의 별미로
뻘뻘 땀 흘리며 뜨거운 도다리쑥국
한 그릇 하고 나면
온몸이 후끈후끈 기운이 벌떡 솟았다.
동피랑 언덕에 갯비린내가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던 어느 해 봄날에
동료들과 점심때 찾았던
남항동 골목 안 허름한 식당에서
노모가 낡은 양푼에 끓여내었던
도다리쑥국의 담백한 그 맛이
봄이 오면 어머니 손맛처럼 그리워진다.
<詩作 노트>
통영의 갯가 남정네들은 따뜻한 봄 되면 삼동(三冬)을 보내는 무슨 통과 의례같이 도다리쑥국을 먹었다. ‘도다리쑥국’을 빌미로 날을 잡아 친구들을 불러 모아 회포를 풀면서 소주잔을 건네며 우정을 나누었다.
필자도 1990년 후반기 몇 해 동안 통영에 머무르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통영의 문화에 젖은 탓인지 봄이 오면 도다리쑥국을 함께 먹으며 소주잔을 나누었던 그 시절에 만났던 사람들이 어제 일처럼 그리워진다.
<김동출 시인 약력>
2021년.「신문예」詩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2021년.「신문예」에스프리문학상(수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