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 무리들은 방바닥을 도마라고 부른다
가끔씩 엇박을 치던 삶의 박자를 온전히 놓쳤을 때
여기 누워 꾸었을 서슬 퍼런 칼날의 악몽
이 죽음의 가해자는 악몽입니다
과학수사 직원의 비과학적 결론이
악취처럼 온방에 떠돈다
K는 죽음을 분리하는 사람
너저분한 도마 위 물건들을
삶의 경계에서 도려내는 일은 쉬운 일이지만
빈방의 구석까지 스며있는 기억을
삶과 그로부터 분리해낼 때는 자주 한숨을 토한다
책상 서랍을 열자, 미처 견적하지 못한 가족사진 한 장
주검보다 더 오래전부터 부패했을 슬픔이 주머니에 손을 꽂고
슬럼 같은 방으로 걸어 나온다
성체가 되었을 사진 속 사람들은
가난으로 오염된 생태계를 버리고
어디선가 변이를 완성하고 있겠지
그의 전생을 몇 개의 종량제 봉투에 나눠 담으며
K는 진화를 막 끝낸 새로운 개체의 인간을 발견한다
숙주인간
기생하던 모든 것들은 이미 떠나버린 후였다
오존 살균기의 전원을 끄자
고독의 냄새까지 말끔히 지워진 빈방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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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상진 시인 약력 ]
경북 경주 출생. 2013년 <전태일문학상>수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복숭아문학상 대상, 경주문학상 수상. 문학동인 Volume 회원.
시집 『눈물 이후』(시산맥사,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