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은 언제나 조금씩 늦게 온다
추석도 설도 나이까지도
언제부터인가 음력은
넉넉하게 이익을 보는 느낌이다
앞지르지 않고 늦게 온다는 것은
하늘에서 조금이라도 멀리 있다는 것
해야 할 일 조금은 미루고
하고싶은 일을 해도 된다는 것
뒤쳐지는 것에 익숙하지 못했어도
늘 앞서 달린 것도 아니지만
마음 닫아 살아온 세월을 보상받는 느낌
동면의 겨울이 늦어져
초록의 봄이 가까워
사랑이든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같은 느낌이다
지친 풍상의 눈물딱지, 얼굴의 점부터 빼 주고
주고받아 깊이 박힌 가슴속 얼룩너울들
음력의 느긋함으로 다림질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