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없는 무화과라고요?
몸 끝자락, 십자로 열린 틈새
살포시 열고 들여다 보세요
쌀알처럼 오종종 몸 기대어
슬픔을 나누는 꽃무리들
참고 참아내다 끝내 터져버린 눈물
핏빛 진액을 토하는 중이지요
초경도 시작되지 않은 소녀로 끌려가
사각의 틀에 갇혀 쏟던 그 꽃물이야기
차마 입 밖으로 내어놓을 수 없어
안에서 피우던 슬픈 무화과의 자화상이죠
벌 나비도 찾아들 수 없는 설움
이제야 열고 서러움 토하는 저 꽃무리
그 붉은 꽃송이마다 맺힌 슬픔
소녀상으로 세워져 전하고 있지만
진심어린 사과대신 철거 요구하는 뻔뻔함
차마 땅에 발을 내려놓을 수 없는 절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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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금 시인 약력]
월간 『시』 신인상으로 등단 (2015)
오마이 뉴스 시민기자, 순천 시사 21c 문화부 기자.
시집-『 밥은 먹었냐 몸은 괜찮냐』 외 공동시집 『맛있는 시집』 『부끄러움』 『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등.
동서문학 맥심상(2014 시부문, 2016 수필부문)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