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이나 거리를 읽었다
거리공원의 나무들, 사람들의 뒷모습을 읽었다
내 눈으로 들어와 읽히는
하늘 바람, 흙 그리고 돌멩이도 읽었다
눈에 보이는 대로 글자가 되고 책이 되었다
귀가 읽어 갈 차례다
‘카페인의 중독’, ‘양계장집 아들’이라고 쓴 간판들의
하양, 파랑 명조체, 굴림체를 귀가 읽고 눈이 듣는다
방금, 이사도라 음악이 빈 벤치에 앉는다
공원 가운데에 모여 낮게 비상하는 바람을
환히 응시하고 있는 거리가 온통 책이다.
----------------------------
[이정현 시인 약력]
동국대학교 대학원 졸업. 2007년 <수필춘추>, 2016년 <계간문예> 시 등단.
시집: 『살아가는 즐거움』, 『춤명상』 산문집: 『내안의 숨겨진 나』
수상: 한국비평가협회 작가상, 한국시원 시문학상, 문협서울시문학상 외
한국문인협회 편집위원, 문학과 창작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