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상처 입은 삶에 깃들어 살았음을 안다.
옷깃을 여미면 문득 지나간 날들이
끊기지 않는 철로의 선처럼 선명해진다.
어두운 밤이 되면 작은 불빛들이 하나의 이정표처럼 반짝인다.
그 빛만으로 살기에는 부족한 것이 더 많은 세상이다.
그 세상과 잡았던 손을 놓아야 할 때가 있고
벽이었던 순간들이 무너지는 날이 있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새처럼 솟아오르고 싶은 날도 있다.
물망초 피는 날, 영화를 보는데
더 이상 나눌 기억의 집이 없다고
짐승처럼 울부짖는 주인공의 눈물에 전이된다.
이별의 때를 직감하며 시절인연이란 단어를 되새김질한다.
너무 늦게 깨달은 과오, 오늘은 과거에 대한 반성을 한다.
되돌릴 수 없는 날들임을 인정한다.
절망하기엔 아직은 살아내야 할 날들이 너무 많다.
돌아보면 삶이란 것이 참으로 남루했다.
이제 치유할 수도 없는 수많은 날들 앞에
치러야 할 의식만 태산처럼 쌓이는 것을 안다.
흐르는 구름처럼 떠도는 바람처럼
피멍 든 삶이지만 더러는 신성해지라고
문득, 그렇게 누구에게나 시절인연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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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리 시인 약력]
2008년《현대수필》,《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물고기자리』 ,『엄마의 재봉틀』, 『그대도 내겐 바람이다』, 수필집『천배의 바람을 품다』, 『나는 괜찮습니다 당신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