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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스키 환상곡 -시인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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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02-15 05: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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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진 다갈색 뺨 아흔네 살 할머니가

투명한 유리잔을 두 손으로 감싸쥔다

보드카 홀짝이던 밤 그날 다시 떠올리며

 

보따리에 지고 왔던 아픔을 싸둔 채로

움막 같은 집을 짓고 눌러앉은 저 황무지

강 진펄 갈밭 수렁을 옥답으로 일궈냈다

 

찬바람 이는 눈길, 느닷없이 찾아온 이별

긴긴날 울고 웃다 마침내 잠든 그곳

알마티* 돌비석 위에 아리랑을 새긴다

 

춥고도 깜깜한 밤 꽃 피는 봄을 그려

광야가 불러주는 별의 노래 듣고 있다

그 노래 초원을 돌아 반도 하늘 찾아가네.

 

*카자흐스탄(Kazakhstan)공화국의 옛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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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시인 약력]

가톨릭 음대 성악과 졸업. 한국시조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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