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해후 7-무꾸 서리-시인 신순임
  • 포켓프레스
  • 등록 2021-02-15 05:30:54

기사수정

 

감히 혼자서는 상상도 않는다

쭈그러진 겨울밤 배 채워주려

먹더꿍이* 화투판 휩쓸래면 몰라도

 

녹록한 살림들 겨울나기 반 양식

가족묘지 봉분마냥 돌레 돌레 묻혔다

긴긴밤 놀게 별따로 없어 심심찮게 하던 서리

다들래면 일단 토끼고*

뒷일은 딱 잡아떼고 모르쇠 해야 했지

도둑맞으려면 개도 안 짖는다고

하룻밤 몇 순배 털리면 

이듬해 대보름까지 달랑달랑 일 건데

몰래 후벼 먹는 놈들이

짚마개 단속 잘할 리 만무하니

무꾸 바람 드는 것 당연지사

쏟아지는 버지기 욕 설 쇠려면

대소가 간 십시일반 거들며

자발 없는 놈들 철들 날 기약했다는데

먹고 나면 

아무리 추워도 문 안 열고 못 배기면서

궁금한 입 달래려 하던 무꾸 서리

추위 피해 더 높이 올라간 별들

여상 시리 보고도 입 다물어주던 집성촌 겨울

일가친척 눈 감고 아옹 하며 옛이야기 만드는

세트장이었다

 

먹더꿍이 : 먹을 것 내기

토끼다 : 도망하다

---------------

[신순임 시인 약력]

경북 청송 출생. 월간 <조선문학> 시부문 등단.

한국현대시인협회회원, 국제펜한국본부회원

시집; “무첨당의 오월” “앵두세배” “양동물봉골이야기” “양동물봉골이야기 둘”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skarlet05202021-02-15 13:59:39

    무꾸 서리해서 이불속 나누어 먹다가
    누구 한사람 트림하면
    다덜 비명지르고...
    아랫목 목화솜 무거운 이불속 다리 쭉 펴고
    긴긴 겨울밤을 나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 프로필이미지
    windblue992021-02-15 10:31:58

    국민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 고향 동네 처음 갔을 때 추운 날 밤 나이든 종형들이 닭 서리해와서 백숙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나름 질서를 정했던 것으로...

    무꾸, 무수, 무시 다 같은 말이네요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
error: 관리자에게 문의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