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혼자서는 상상도 않는다
쭈그러진 겨울밤 배 채워주려
먹더꿍이* 화투판 휩쓸래면 몰라도
녹록한 살림들 겨울나기 반 양식
가족묘지 봉분마냥 돌레 돌레 묻혔다
긴긴밤 놀게 별따로 없어 심심찮게 하던 서리
다들래면 일단 토끼고*
뒷일은 딱 잡아떼고 모르쇠 해야 했지
도둑맞으려면 개도 안 짖는다고
하룻밤 몇 순배 털리면
이듬해 대보름까지 달랑달랑 일 건데
몰래 후벼 먹는 놈들이
짚마개 단속 잘할 리 만무하니
무꾸 바람 드는 것 당연지사
쏟아지는 버지기 욕 설 쇠려면
대소가 간 십시일반 거들며
자발 없는 놈들 철들 날 기약했다는데
먹고 나면
아무리 추워도 문 안 열고 못 배기면서
궁금한 입 달래려 하던 무꾸 서리
추위 피해 더 높이 올라간 별들
여상 시리 보고도 입 다물어주던 집성촌 겨울
일가친척 눈 감고 아옹 하며 옛이야기 만드는
세트장이었다
먹더꿍이 : 먹을 것 내기
토끼다 : 도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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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임 시인 약력]
경북 청송 출생. 월간 <조선문학> 시부문 등단.
한국현대시인협회회원, 국제펜한국본부회원
시집; “무첨당의 오월” “앵두세배” “양동물봉골이야기” “양동물봉골이야기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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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꾸 서리해서 이불속 나누어 먹다가
누구 한사람 트림하면
다덜 비명지르고...
아랫목 목화솜 무거운 이불속 다리 쭉 펴고
긴긴 겨울밤을 나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국민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 고향 동네 처음 갔을 때 추운 날 밤 나이든 종형들이 닭 서리해와서 백숙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나름 질서를 정했던 것으로...
무꾸, 무수, 무시 다 같은 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