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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근거로 한 가습기살균제 무죄 판결은 합당하지 않아"
  • 김민규 기자
  • 등록 2021-01-19 17: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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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보건 전문가들, "유해성 여부는 인체 영향이 가장 중요한 근거" 반박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19일 참여연대에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 1심 무죄 선고 관련 가습기 살균제 전문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민규 기자)

[포켓프레스=김민규 기자]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과 폐질환 등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법원 판단에 대해 전문가들이 반박하고 나섰다.


또 전문가들은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의 위험 가능성을 엄격하게 산출할 수 없는 사건 특성상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 패널을 구성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19일 참여연대에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 1심 무죄 선고 관련 가습기 살균제 전문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8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규명을 위한 독성시험’에서 동물 실험 결과 권장사용량의 833배로 설정해 4주간 하루 20시간, 주 7회 빈도로 CMIT·MIT 성분에 실험 쥐를 노출시킨 실험에서 폐섬유화 악화가 관찰되지 않았는데, 재판부는 이에 주목했다. 


이에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앞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옥시 등의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이 사건의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는 구조와 성분이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직접 증언을 한 전문가들이 재판부가 동물 실험 결과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데 대해 "동물 실험’은 대안적으로 활용될 뿐, 유해성 여부는 인체 영향이 가장 중요한 근거”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의 개별 인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균 한국환경보건학회 부회장(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동물실험은 인체에 실험할 수 없는 상황에 대안적으로 활용된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중 CMIT·MIT 함유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가 있다면 국제암연구소의 1급 발암물질 인정여부는 충분한 증거가 인체에서 나오면 지정된다. 이처럼 물질의 유해성 여부는 인체 영향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백도명 서울보건대학원 교수도 “동물 실험이 사람의 영향을 나타내는 반증이 되지 못한다”면서 “대신 다른 자료들을 검토해보면 단독 사용자들에게 폐 손상이 나타나고, 폐 기능을 검사해보면 폐포 공기 교환 능력이 저하된 결과가 보인다. 옥시 제품과 똑같이 사람한테서 폐 손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환경보건학계 전문가단체인 한국환경보건학회는 2011년 정부역학조사단계부터 지속적으로 동물실험을 맡아 온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의 이규홍 박사의 입장문을 소개했다.

 

앞서 이규홍 박사 연구팀은 CMIT/MIT의 독성을 동물실험에서 살펴보기 위한 연구 보고서에서 “비록 실험동물의 하부 호흡기에 폐섬유화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호흡기의 해부학적 구조와 호흡방식이 사람과 다름을 고려하면 폐섬유화 등 폐손상 유발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재판부의 무죄판결에 대한 입장문에서 이 박사는 "심문과 증언의 전후를 빼고 “CMIT/MIT는 PHMG와 달리 폐섬유화와 관련이 없다고 보는게 맞다”고 한 증언 부분만 따서 이야기 한다면, 이를 읽는 누구나 제가 ‘물질과 폐섬유화의 관계가 없다.’ 말한다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러나 이 심문은 해당 연구결과로 한정해서 인과관계가 성립하는가 하는 것이었고, 해당 연구결과로만은 관련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취지로 이야기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특정 시험에 한정해 인과성을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특정 발언만을 한정해 인과성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법조 전문가인 박태현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체 실험을 하지 않는 한 완전한 증거가 나올 수 없다”며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산출한 위험 가능성을 엄격하게 확증할 수 없다는 이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 증명 정도를 낮게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과학자로 구성된 자문 패널을 구성하고, 종합적인 의견에 기초해 판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검찰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에 해당 사건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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