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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관계 추정·50인 미만 유예 등 중대재해법 쟁점사항 법에 담길까
  • 이은수 기자
  • 등록 2020-12-21 08: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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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임시회 내 법안 처리 '공표'...쟁점사항 상임위서 논의키로

 지난 18일 노동법률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민호 기자) 

[포켓프레스=이은수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앞 단식농성이 열흘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임시회 안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민주당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둘러싼 각종 쟁점들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종전만 해도 재계·경제계와 정의당을 비롯한 정계와·시민사회계가 앞다투어 제정 반대와 제정 촉구를 주장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법 제정이 이루어진다는 전제 아래 법조항에서 법이 실효성과 이해관계를 가름할 수 있는 조항들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안의 세부 쟁점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중대재해법의 세부 쟁점 사안을 논의했지만, 당내 의견을 취합하는 정도에 그쳐 통일안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민주당은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인과관계 추정조항, "위헌 소지"vs"입법사례 이미 있어" 

 

중대재해 발생 때 인과관계를 추정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쟁점이 되고 있다. 

 

박주민·이탄희 민주당 의원 발의안에는 ▲사고 이전 5년간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수사기관 등에 의해 3회 이상 확인된 경우 ▲사업주가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등 사건 은폐를 지시한 경우에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책임이 없다는 입증을 해야 한다.

 

이 조항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환경범죄단속법과 환경오염피해구제법,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특별법 등에서 이미 입법된 사례가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든다.


그러나 반대하는 측에서는 위헌 소지를 지적하고 있다. ‘범죄의 입증책임은 검사가 진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에 반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 단체는 “불가능한 것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경영책임자는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고 반발했다.


인과관계 추정과 관련해 박주민 의원안 대신 박범계 의원이 관련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앞선 민주당 의총에서도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 해당 조항이 과도하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다만 해당 조항을 삭제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범위의 폭이 극히 제한되는 만큼 민주당은 인과관계 추정 조항을 일부 보완할 예정이다.

 

사업주의 과거 안전조치 의무 위반 기간이나 횟수, 정도를 포함한 다양한 추정 기준을 적시하는 방식으로 해당 조항을 매만질 것으로 보인다.

 

30개 경제단체 등이 지난 17일 프레스센터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추진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민호 기자)

50인 미만 사업장 4년 유예, "영세업자 안전의무자 두기 어려워"vs"산재사망사고 70%가 영세업체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법의 적용을 4년 유예하는 부분은 민주당과 정의당 간 의견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쟁점사항이다.


박주민·박범계 안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 조처 마련을 전제로 법 적용을 4년 유예하는 방안을 담았다. 

 

영세업체의 경우 안전의무자나 보건의무자를 두기 어렵다는 까닭에서다. 


다만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라도 이곳에 하청을 주는 원청이 있다면 그 원청이 형사책임을 지는 취지는 포함된다. 

 

반면 정의당과 노동계는 유예를 두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산재 통계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산재보험 기준)는 전체의 59.6%였는데, 전체 사망자 중 비중은 77.2%라는 것이다.


학자와 전문가들도 “무조건 유예할 게 아니라 원청이 있는 경우 원청이 책임지도록 하고 영세 사업장의 경우 정부가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다 하고 관리감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재계는 “산업안전 인력과 투자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들은 처벌 위험에 상시 노출돼 우려와 부담감을 떨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업주 의무규정, "개별법 규정 안 된 사항 처벌 사각지대 발생"vs"명확성의 원칙에 위배" 

 

사업주에게 노동자의 보건·안전 책임을 두고 어느 범위까지 의무를 부과할 것인가도 핵심쟁점사항 중 하나다.


박주민·이탄희 안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안 등에선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겪지 않도록 하는 사업주의 ‘위험방지 의무’를 포괄적으로 규정한다.


노동법률단체는 지난 16일 의견서를 내어 “새로 법률이 제정되거나 개정될 경우 이를 수시로 반영하기 어렵고, 개별법이 규정하지 않은 처벌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 조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처벌 대상이 과하게 확장될 수 있고, 안전조처 및 보건조처 의무를 포괄적으로 규정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켜야 할 의무가 명확히 주어진 이후 해당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 처벌되어야 하는 것이 헌법 및 형법의 원리인데, 중대재해법안은 매우 불명확하다”며 “벌금 외에 경영책임자 개인 처벌, 영업정지·작업중지 등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 제재”라고 반발했다. 


박범계 안은 산업안전보건법 등 법률에 규정된 의무만 사업주에게 부여하는 쪽으로 범위를 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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