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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잊은 사람 -시인 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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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11-29 17: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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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오정면 어느 시골 다방에

우리는 둘러앉아 쓴 커피를 마시면서

누가 누구를 원망하고 그리워했는지

종일토록 말도 없이 우리는 해어지고 말았다.

 

어느 12월, 크리스마스 가까워 오던 날 밤

성당 너머로 들리는 아베마리아곡이

담을 넘고 울타리를 넘어 와서는

오쇠리 밤하늘을 빙빙 돌다가 떠나갔었다.

 

꺼져가는 하늘처럼 어두운 그 밤하늘엔

지새도록 흰 눈이 수북이 내려 쌓이고

그 많은 나날들 속으로 어딘가로 흘러가버렸던

그 세월 한 자락을 잡고 우리는 떠나고 말았지.

 

지금 행복하냐고 묻고 싶지만

이름 잊고 성도 잊은 그 사람, 무를 길 없어

했던 말 한마디를 바람에 날려 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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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鄭旼浩) 시인 약력]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66년 ‘사상계(思想界)’ 신인문학상 시부에 ‘이 푸른 강변의 연가’ 외 3편이 당선되어(심사:박목월,조지훈,송욱) 문단에 등단. 경북문화상, 한국문학상, pen문학상, 예총예술대상, 포장으로 녹조근정훈장(대통령), 금복문화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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