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획] '집단소송제' 도입 추진에 재계, 소송 남발 '우려'...시민사회, "공정한 경제 질서 확립 위해 올해 안 도입돼야"
  • 이은수
  • 등록 2020-11-01 19:26:55

기사수정
  • 14여년간 소송 제기 10건 불과, 소송허가제도 등 소송 제기에 걸림돌...소송 남발 우려는 '기우'
정부와 국회가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계·경영계에서는 소송 남발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포켓프레스 자료사진)
정부와 국회가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계·경영계에서는 소송 남발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포켓프레스 자료사진)

가습기살균제 참사, BMW 차량연쇄 화재사고, DLF·라임·옵티머스 등 금융피해사건,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된 침대, 인터넷포털의 개인정보유출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에도 제대로 된 책임규명과 피해구제, 재발방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와 국회가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계·경영계에서는 소송 남발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단체 등 시민사회에서는 물건 구매나 투자 시 입은 피해 등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배제의 처리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집단소송제 도입되면 한국기업 외국로펌 먹잇감 될 것...추가부담도 1조7천억원 달해

집단소송제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도 피해자 일부가 제기한 소송이 승소하면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아우디·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사건처럼 소비자에게 광범위하게 피해를 끼치는 사례가 일어날 때마다 대안으로 제시돼 왔다.

피해자 일부가 제기한 소송으로 전체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는 집단소송제 도입법안은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박주민 의원)', '소비자집단소송법안(이학영 의원)', '집단소송법안(백혜련 의원)' 등 3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정부는 지난 9월28일 집단소송제를 현행 증권 분야에서 전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의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지난 달 2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경총회관에서 개최한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바람직한가’ 토론회에서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단소송제 법안은 거액의 화해금을 노리고 소송을 남용하는 외국 집단소송 전문 로펌의 사냥터를 제공해 우리 기업과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달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집단소송제가 담긴 정부 입법예고안이 통과될 경우 30대 주요 그룹은 집단소송 1조70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며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전경련은 소송 방어비용이 확대될 경우 신규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 산업 투자에 쓰일 돈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집단소송제, 14년간 10건 '유명무실'...소송 남발 우려는 '기우'

그러나 이러한 재계의 우려와는 달리 실제 2005년 주가 조작 등 증권 분야에 집단소송제가 도입된 이후, 14여년 동안 집단소송건수 자체가 지난해 기준 10건에 불과하며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된 사건도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소송허가 결정이 난 경우는 5건에 그친다. 소송허가 결정을 받은 5건 중 3건은 화해로 종결됐다.

집단소송을 제기하는데 수반되는 소송허가제도와 이에 대한 불복절차, 비용 예납제도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단소송은 여타 소송과 달리 소송을 시작하려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의 진입 장벽이 있다. 소송허가 결정에 대해서도 즉시 항고할 수 있어 본안 재판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6심제 구조로 운영돼 재판이 지나치게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민사회, "집단소송제 기업 옥죄는 법 아냐...공정한 경제질서 확립 위한 주춧돌" 

시민사회는 집단소송제 도입이 공정한 경제 질서 확립을 위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포켓프레스 자료사진)
시민사회는 집단소송제 도입이 공정한 경제 질서 확립을 위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포켓프레스 자료사진)

김남근 민변 민생경제위원장(변호사)는 지난 달 26일 국회 앞에서 열린 ‘집단소송법 등 소비자권익 3법’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집단소송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기업들을 옥죄자는 것도 아니고 망하게 하자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만약 유해제품 판매로 인한 손해액이나 보상액이 크지 않다면 기업이 유해한 제품을 취급하면서도 경각심을 갖지 않게 될 것”이라며 “집단소송제는 기업들이 국민에게 입힌 피해를 정당하고 공정하게 보상케 함으로써 피해 예방을 하도록 하는 사전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최숙자 가습기살균제 3·4단계 유족 모임 대표는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를 구제하고 예방하는 집단소송제가 지금이라도 시급히 처리 돼야한다”며 “정부와 여당은 소비자 권익 향상이라는 말만 하지 말고 관련 법안 처리를 올해 안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
error: 관리자에게 문의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