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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춘재 사건 수사 종료···“23건 범행 확인, 14명 살해”
  • 김민규 기자
  • 등록 2020-07-02 14: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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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상 최악의 장기 미제사건으로 불리는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이 재수사 1년만에 종결됐다. 경찰은 연쇄살인범 이춘재가 욕구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성범죄와 살인을 저지르다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진화했다고 판단했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2일 경기남부청 본관 5층 강당에서 이춘좨 연쇄살인사건 종합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했다. 배 청장은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아무개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고갤 숙였다.

30여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해 7월이다. 당시 사건 현장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가 처제 살해 혐의로 부산교도소에 수감중이던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재수사 과정에서 이춘재는 화성 일대에서 14명을 살해하고 34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5건의 살인사건 현장에서 나온 증거물에서 이춘재의 DNA가 검출됐고, 나머지 9건은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현장의 묘사, 살해 과정 등을 진술해서 자백의 신빙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춘재는 지난 2009년 여성 10명을 살해한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은 공은경 경위를 비롯한 프로파일러들과 지난해 9월 부산교도소에서 면담 중 살인 범행 전체를 자백했다. 당시 그는 지난 1994년 1월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중이었다.

경찰은 이춘재의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검사에 대해 “피검사자(이춘재)는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다”고 검사 결과를 밝혔다.

경찰은 사건 당시의 검찰과 경찰 등 9명도 입건했다. 이들은 화성 초등학생 실종 사건 수사와 관련해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8차 사건 담당 검사와 경찰 수사과장 등 8명은 범인으로 지목된 윤씨에 대해 구속영장 발부 전까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75시간 동안 감금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의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화성 초등학생 실종 사건을 맡았던 형사계장 A씨 등 경찰 2명은 김 양의 유골 일부를 발견하고도 은닉한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다.

1년에 걸친 재수사는 마무리 됐으나, 이춘재의 살인 행각을 비롯한 모든 혐의에 대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소시효가 지난 탓이다. 경찰은 이춘재와 당시 검찰, 경찰 등을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도 같은 방식으로 이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배 청장은 “이번 사건의 전체 수사 과정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잘잘못 등을 자료로 남겨 책임있는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역사적 교훈으로 삼겠다”며 “진행 중인 8차 사건의 재심 절차에는 지속해서 협조하고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한 또 다른 피해 사례가 확인되는 경우에도 철저히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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