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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연루 판사 모두 무죄(1심)
  • 최원영 기자
  • 등록 2020-02-14 07:28:17
  • 수정 2020-02-14 08: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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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현직 법관 3명 모두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법농단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왼쪽부터)·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가 13일 1심 선고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이날 법원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연합뉴스
신광렬(왼쪽부터)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

재판부는 “사법행정 차원에서 법관 비위와 관련한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했을 뿐 부당한 조직 보호가 아니었다. 검찰이 언론을 활용해 수사정보를 적극 브리핑한 정황 등을 보면 법관들이 유출한 수사정보가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법행정 차원에서 법관 비위 관련 사안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했을 뿐 ‘정운호 게이트’를 축소하려 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직무상 정당한 보고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무죄 판단은 이들과 공모해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 부장판사 등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가 터졌을 때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법관 관련 영장청구서나 수사기록, 검찰 수사상황 등을 10차례 걸쳐 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판사들을 겨냥한 수사를 막기 위해 위해 검찰 수사기록과 영장청구서의 내용을 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조·성 부장판사는 영장전담 법관이었다.

재판부는 “법관 비위는 사법행정담당자가 행정처에 보고해야 할 중요한 사법행정사항”이라며 “신 부장판사는 형사수석부장으로서 정운호 게이트의 경위와 실체를 행정처에 신속·정확하게 보고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공무상 비밀누설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법행정 활동이었다는 취지다.

특히 재판부는 당시 행정처에 보고된 수사정보가 이미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로 언론에 알려졌으므로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당시 언론기사 중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나 차장검사, 또는 대검 관계자가 정식 브리핑을 하거나 사적 관계를 이용해 수사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신 부장판사의 보고와 검찰 수사상황 브리핑이 구체적 부분을 비교할 때 수사정보의 가치면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신 부장판사의 수사정보 보고 자체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법부의 신뢰 확보 마련을 위한 법원 내부 보고로 용인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했다.

신 부장판사 등의 범행공모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행정처에서 법원을 향한 검찰 수사 확대를 막을 목적으로 내부 문건을 만든 것은 사실로 인정했다. 이 문건에는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이 2014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정 전 대표를 무혐의 처분한 사실을 거론하며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자는 압박 방안 등이 담겼다. 여론의 초점을 법원에서 검찰로 돌리자는 계획이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공모 증거로 제시된 행정처 보고서에 대해 “주로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비위법관에 대한 징계 등 사법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담겼다”며 검찰과 판단을 달리했다. 그러면서 “보고서에서 검토된 방안이 별다르게 실행에 옮겨지지도 않았다”며 “법관에 대한 수사 확대 저지 목적으로 검찰 압박 방안을 마련해 실행에 이르렀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신 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현명한 판단을 해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항소해서 사실관계와 법리에 대한 판단을 다시 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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