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검찰, 조국 장관 자택 11시간 압수수색. 조 장관 강한 불만 드러내
  • 박철진 기자
  • 등록 2019-09-24 04:34:32
  • 수정 2019-09-24 04:50:28

기사수정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서울 방배동 조 장관 자택을 11시간 동안 압수수색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검찰 수사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이 담긴 상자를 들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검찰 수사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이 담긴 상자를 들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조 장관은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에 대해 “강제수사를 경험한 국민들의 심정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6시 30분 법무부청사 앞에서 준비한 원고를 꺼내 들고 “오늘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제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저와 제 가족에게는 힘든 시간이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검찰 개혁과 법무부 혁신 등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조 장관 본인에 대한 각종 의혹들에 대해 직접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을 공개적으로 피의자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사모펀드의 직접 투자, 자녀 입시 과정에서의 허위 서류 작성, 증거인멸 교사·방조 등에 관해 실질적인 피의자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23일 조 장관 자택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문서를 확보했다. 수사팀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대기하다 조 장관이 출근차 집을 떠나고 20분쯤 뒤부터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검찰은 조 장관의 피의자 입건 여부와 적용 죄명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법조계는 이번 자택 압수수색영장의 피의자란에 조 장관 내외 이름이 ‘별지 기재’ 형식으로 올랐을 것으로 본다. 내사 단계로 분류되는 계좌 압수수색영장에도 조 장관은 5촌 조카 조모씨 등과 함께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현직 검사도 “이번 경우에 피의자로 ‘인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장관 자택까지 간다는 것은 결국 기소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부터 사표를 품고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는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영장에 공문서 위조, 자본시장법 위반 등 여러 죄명이 기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임의제출로 확보한 조 장관 자택 PC 하드디스크에서는 조 장관 딸과 단국대 장영표 교수의 아들, 그리고 또 다른 학생 1명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 증명서가 파일로 보관돼 있었다. 이 증명서들은 미완성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굳어진 범죄사실’이 조 장관에게 재차 적용됐을 가능성도 언급된다. 조 장관 5촌 조카 조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영장에 자본시장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죄명을 다 넣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 장관 자녀가 허위 서류를 제출한 의혹이 있는 충북대 아주대 이화여대 연세대에서도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조 장관 자녀는 이들 대학의 법학전문대학원 등에 지원했었다.

조 장관은 출근길에 딸의 인턴증명서 발급 과정에 자신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말 참기 어렵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조 장관이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불만을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장관은 오전 8시 50분경 정부과천청사에 도착한 조 장관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작심한 듯 취재진을 향해 “제가 먼저 말을 한마디 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계단 위로 올라와 카메라 앞에 선 조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준비해온 종이를 펼쳤다.
조 장관은 “지금까지 저는 가족 관련 수사에 대해서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아 왔다. 그런데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관련 서류를 제가 만들었다는 보도는 정말 악의적”이라고 했다. 이어 “공인으로서 여러 과장 보도를 감수해 왔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참기가 어렵다.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 “청문회 등에서 여러 번 말씀 드렸지만 저희 아이는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했고 센터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주장했다.
준비해온 입장문을 다 읽은 조 장관은 법무부 청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취재진이 뒤따라가며 “한인섭 교수(전 공익인권법센터장)는 발급해준 적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하자 “센터에서 분명히 발급받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검찰은 조 장관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검찰청은 이날 압수수색 전에 법무부에 별도의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출근길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할 때, 자신의 자택을 검찰이 압수수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23일 오전 제1회 법무혁신·검찰개혁 간부회의를 열고 “온라인에서 개혁 과제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매주 1회 이상 검찰개혁 관련 간부회의를 열라”고 지시했다.
조 장관은 또 25일 대전지검 천안지청을 방문해 두 번째 ‘검사와의 대화’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4월 현직 검찰 수사관은 “검찰 개혁에 관한 글을 올려 인사보복을 당했다”며 천안지청 간부 등을 고소했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안미현 검사(40·사법연수원 41기)가 근무하는 의정부지검에서 첫 대화를 한 데 이어 문제 있는 곳만 우선 방문해 개혁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