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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왜 물고기의 눈이 되었을까 -시인 김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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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4-05-04 10: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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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떼 지어 흐르다 보름달 앞에 머물렀을 뿐인데 

눈을 가진 물고기가 되었다 

밤의 고요 깨우고 싶어 움찔 대던 속마음 들킨 것처럼 

잠 언저리 돌던 눈이 

환한 빛에 껌뻑거리며 뒤척인다 

텀벙, 갯내음 한 조각 튕김 내줄 것 같은 

별들의 뒷모습에 출렁이고 싶다고 느꼈던 순간 

절벽 아래로 뚝 떨어지고 마는 빗방울의 슬픔이 생각나서 

하늘은 구름에게 눈을 주었을까 

바다에 풀어놓은 푸른 중얼거림 건져 

다시 오지 않을 어제와 내일의 새벽노을에 철썩여 보라고 

시야를 밝힌 것일까 

말랑하고 푸근한 파도가 수런거리고 

둥실둥실 물고기 지느러미가 출렁인다 

밤길이 환하다

 

 

[시작 노트]

 남해 보리암의 일출을 보러 밤길을 달리고 있었다. 구름이 물고기 모양으로 흐르다 보름달을 지나가던 중이었다. 그저 보름달은 떠 있을 뿐이고, 그저 구름은 가던 길을 갔을 뿐인데 내겐 보름달 눈을 가진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으로 보인다. 심상(心想),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고운 시로 내게 와준 그 밤의 풍경이 고맙다.

 

[김미외시인 약력]

2002 예술세계로 시 등단. 철도문학상 우수상 (시), 동서문학상 맥심상(수필) 등 다수. 시집 『둥근 세상의 춤을 추겠습니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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