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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희망이다 -시인 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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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4-04-21 1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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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세상 가는 길 

가까워졌으면

청춘 시절 잊어야 하거늘

오히려 문득 문득 생각난다

 

강, 산, 들. 바다 

하늘 저쪽 이국땅, 

발길, 눈길 닿았던 곳곳이

천연색 사진처럼 선연하다

 

그때 헤어진 사람들은

어디서 살고 있을까,

어렸을 적 풋사랑

큰 기와집 딸 계집아이도 떠오른다

 

때때로 이렇게 

옛날에 젖어 있는 것은

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처럼

지금 살아있다는 얘기 아니냐,

옳거니, 그리움은 희망이다

 

 <시작 노트>

 2022년 봄 심장혈관 수술을 받고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지냈다. 수술 집도의는 “ 수술을 했으니까 한동안은 살테니 걱정말라”. 고 웃으며 말했지만, 병실 창밖은 바야흐로 봄철이어서 특히 밤이면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실감났다. 밤 한 시에 진통제 주사를 놓아주는 간호사를 기다렸다. 막내 딸 같은 간호사가 참 예뻤다.

 

〔임병호 시인 약력〕

경기 수원 출생(1947). 《華虹詩壇》으로 작품 활동(1965). 경기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 사사편찬실장 역임. 제1회 경기도 인간상록수상 문학부문(1978)· 제1회 수원시 문화상(1984) · 제1회 올해의 경기문학인상(1998) · 제1회 한국문인상(2000) · 제14회 한국 예술문화상 문학부문 대상(2000) · 제1회 백봉문학상(2015) · 제2회 세계평화문화 대상(2017) ·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2019) · 제3회 한국 시원 시문학상 대상(2019) 등 수상. 현재 국제PEN 한국본부 · 한국문인협회 · 한국통일문인협회 · 중앙대문인회 자문위원. <4인시> 동인. 시집 『幻生』(1975), 『적군묘지』(2016), 『강』(2022), 『거룩한 선물』(조병기 허형만 임병호 정순영 합동 시집. 2023) 등 2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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