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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WTO서 일본 수출규제 강력 비판
  • 최원영 기자
  • 등록 2019-07-25 06:13:39
  • 수정 2019-07-25 06: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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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우리 정부는 이날(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통제 조치가 국제사회에 끼칠 폐해를 설명하고 조치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24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24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리고 일본측 대표단에 본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1대 1 대화를 제안했지만 일본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우리 측 수석 대표인 김승호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각국 대표들을 상대로 “일본의 조치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 한일간 갈등에서 기인했다”면서 “정치적 목적에서 세계 무역을 교란하는 행위는 WTO 기반의 다자무역질서에 타격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우리 측은 일본이 우리의 협의 요청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점을 지적하고, 제네바 현지에서 양국 대표단 간 별도의 1대 1 협의를 진행할 것을 일본 측에 제안했다.

이에 일본 측은 “자국의 조치는 강제징용 사안과 무관하고, 안보상의 이유로 행하는 수출관리 차원 행위이므로 WTO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또한 우리 측의 협의 제안에 별도 응답을 회피했다.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제 3국에서는 별도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이사회 의장인 태국 WTO 대사는 “양국간에 우호적인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고 밝혔다.

WTO 일반이사회는 2년 마다 열리는 각료회의 외에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일반이사회는 이번 안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지만 국제 사회의 동의와 지지를 얻는다면 이를 토대로 일본을 압박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일본의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일본 정부에 보낸 데 이어 세계무역기구(WTO)와 미국에 대표를 파견하는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입법예고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15쪽 분량의 의견서는 성 장관 브리핑 직전에 일본 경제산업성에 이메일로 송부됐다.

성 장관은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 미흡, 양국 간 신뢰관계 훼손 등 일본 측이 내세우는 금번 조치의 사유는 모두 근거가 없다”며 “이미 시행 중인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 조치는 즉시 원상 회복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려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역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이트리스트는 전략물자의 수출 때 통관절차 간소화 혜택을 부여하는 우호국가 목록을 말한다.

그동안 한일 경제 분야에선 갈등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날 정부의 공식 의견서 제출도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마감 시한은 24일이다. 일본은 조만간 각의를 열어 한국의 리스트 배제를 결정하고 공포 21일 이후인 다음달 중순 이후 개정안을 시행할 전망이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23일(현지시간) 4박 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대미 설득전에 나섰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한일 방문과 맞물려 미국의 지지와 중재를 끌어내기 위한 취지다.
유 본부장은 “최근 2주간 반도체 D램 가격이 23% 인상됐다”면서 “일본 조치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미국 등 주요국이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적극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총 14개의 안건 중 11번째로 상정된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문제가 논의되자 한일 양국 대표단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한국과 일본 대표단은 회의장에서 나란히 옆자리에 앉았지만, 무거운 침묵 속에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회의 의장인 주제네바 태국 대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이사회에서 안건 제안국으로서 먼저 발언권을 얻은 우리 정부 측 대표인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164개 회원국 대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짚었다.
한국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를 WTO 규범 위반이라 지적하고 이하라 대사가 이를 반박하는 등 공방을 벌이는 동안 다른 회원국들은 이 안건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됐던 미국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WTO 일반이사회는 분쟁 해결을 위한 자리가 아닌, 164개 전체 회원국 대표가 중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회의다. 때문에 이날 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구속력 있는 결정은 도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WTO의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통해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문제점을 환기시켰고, 일본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도 부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국제적 명분을 얻어 빠른 시일 안에 일본을 WTO에 제소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오는 9월에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서 다시 한번 일본을 압박하는 국제 여론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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