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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가래 -시인 김진환
  • 포켓프레스
  • 등록 2024-03-09 20: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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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울대 한 귀퉁이를 뚝 떼어냈다

크기도 무게도 따지지 않고

 

얼렸다 녹였다

응축된 묵언默言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다

 

흩어지면 흐트러진 대로

너덜대면 닳아 헤진 그대로

보듬어 건네줄 그 무언가를 찾는다

 

마땅치 않다

덜어낸 만큼 서먹해지는 건

화해한 게 아니었구나

 

낮달만큼 흐릿해진 마음의 경전經典

도로 깊숙이 쑤셔 넣는다

입안이 대못보다 뾰족해졌다

 

 

[시작 노트]

될 수 있으면 피하고 돌아가려 해서 크게 부딪칠 일은 없지만 생각 없이 주절댄 말과 행동이 뜻하지 않은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인데 그렇다고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손짓 발짓으로 이해를 구하다가 결국은 묻어놓고 볼 따름이다. 그때마다 내 심지는 흐릿해지고 목 안은 늘 날카로워진다.

 

[김진환시인 약력]

2022년《문학과 창작》봄호 신인상 등단, 1976년 원불교 공모전 동화 당선, 한국문인협회, 국제펜 한국, 문학아카데미시인회 회원, 동숭시회 동인, 시집 『어리연꽃 피어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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