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창문을 열면
초록의 바다를 이룬 숲
밤나무로 가득 찬
낮은 산언덕 결에
하이얗게 늘어진
밤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나에게 온다
어디선지 비둘기 한 마리
후다닥 날아와
창틀에 앉아
하이얀 밤꽃 향 날개 짓 하다
구구구 몇 마디하며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목례를 하곤
또 다시 후다닥 날아 간다
밤꽃 향기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비둘기
숲은 늘어진 밤꽃 향기에 취해
하아얗게 물들고 있다.
[시작노트]
집 창문을 열면 보이는 것은 숲으로 이루어진 나무들이
눈 앞에 가득찬다. 어디선지 향기가 어디선지 느껴질 때 그것이 밤향기라는
것을 알고는 자주 창문 여는 버릇이 생기고 만다.
누군가 나를 위해 보내주는 것으로 여겨 멀리 더 멀리 바라보며 나와 마주치려는 눈동자의 움직임이 더 더욱 빨라진다. 누구일까. 누구일까. 찾으려 해도 나타나지 않는 허깨비와 같은 느낌에 파묻히고 마는 아ㅡ 나여
향기여. 향기여. 제발 찾아다오. 나의 마음을 ㅡ.
<조병무 약력>
문학평론가, 시인,『현대문학』(63-65)으로 등단,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장, 동덕여대 문창과 교수 역임. 현대문학상, 윤동주문학상. 국제펜문학상, 녹색문학상 등 수상, 문학평론집『가설의 옹호』등, 시집『꿈 사설』『숲과의 만남』등, 수필집『내 마음 속의 숲』등, 현 한국문인협회 고문,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고문, 한국현대시인협회 평의원, 문학의 집. 서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