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운수사雲水寺 가는 길 -시인 변종환
  • 포켓프레스
  • 등록 2024-02-18 19:43:58

기사수정

사람의 길을 따라 산을 오른다

앞서면서 뒤가 되는

사람의 길은 굽었다

앞선 사람 뒤를 따라가는 백양산白楊山은

안개 속에 아득하다

못난 탓에 숨었던 것들이

스스로 빛을 내는 이 순간

충만한 가을의 지상은 아름다운데

산도 중도 되지못한 내 생은

언제 저토록 채워질까

음양의 경계가 사라지는 깊은 산중에서

다시 건진 생의 무게

맑은 눈망울처럼 절실한 그리움이 된다

조용히 흔들리는 잎새의 떨림은

짧은 꿈속 덧없는 생각이었던가

실낱같이 흘러가는 계곡 물소리

새벽이슬 젖은 모습으로 나를 부른다

적요함으로 세상을 다 품은 백양산

운수사 가는 길은

원죄原罪마저 아름답다

 

[시작노트]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으로 동반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예를 들자면 그리움과 희망과 기다림 등 우리가 살면서 겪는 일들은 영원히 가슴속에 자리 잡고 남아있을 것이다. 졸시 「운수사 가는 길」은 백양산 ‘운수사’를 찾아가는 산행 길에서 느껴지는 정감을 담은 작품이다.

산과 산문과 사찰은 시적 요소로써 생각의 깊이를 아우르는 좋은 글감이 된다. 많은 시인들의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운수사는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가야국 때 창건되었다고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만한 사료나 유적이 남아 있지는 않다. 조선 정조 때 제작된 『여지도서(輿地圖書)』에 따르면 범어사(梵魚寺)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사찰로 불릴 만큼 큰 도량이었다고 한다. ‘운수사 가는 길은 원죄마저 아름답다’

 

[변종환시인 약력]

 1967년 출판사 기획시집 『水平線 너머』(親學社)를 상재하였고, 문예지 『문학시대』 『자유문학』 『문학예술』 『문예연구』 등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현) 부산진구문화예술인협의회 회장 ·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 부산진문화재단 이사

부산광역시문인협회 제16대 회장 · 부산시인협회 제10대 회장 · 한국문인협회 ·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부산예총 감사 등을 역임했다.

시집 『우리 어촌계장 박씨』 『풀잎의 잠』 『송천리에서 쓴 편지』 『풀잎의 고요』 『겨울 운주사에서』 『멀리서 오는 것들』 등 8권, 산문집 『餘滴』 『釜山詩文學史』 등 4권이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
error: 관리자에게 문의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