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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역* -시인 김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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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4-02-11 20: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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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현듯 기차를 탔네 간이역엔 2월의 눈이 연착하듯 내리고 눈 덮인 침목은 침묵에 잠겨 졸고 있었네 창가의 여자는 구로동 봉제공장 다닌다는 동갑내기 여자는 김 서린 유리창에 해독할 수 없는 문자들을 밤새 박음질하고 있었네 설국雪國의 비밀도 방랑의 리드 레일도 아닌 호오! 불면 사라지는 그 난서亂書의 속내를 알 수 없으나 나는 낯선 플랫폼과 머플러를 날리며 옷깃을 세우는 여자의 정거장을 그렸네 

 

 만삭의 열차가 삼랑진 철교 지나 덜컹거리며 몸을 틀 때 유리창 속 문자들이 꽃을 피웠네 환하게 피웠네 역사는 울음을 터트리고 한 꺼풀씩 어둠을 벗고 있었네. 그리고 여자는 한 꺼풀의 어둠을 제치고 어둠 밖으로 사라져 갔네

 

 그 겨울의 꽃잎은 몇 번이나 흩날렸을까 강물엔 또 다른 계절이 흘러가네. 이제 다시 스무 살 밤차를 타고 물수제비처럼 황산 베랑 길 스쳐 가는 부산행 완행열차를 타고 불현듯 원동역 내리고 싶네. 

 

*경부선 삼랑진역과 물금역 사이에 있는 낙동강 매화마을 간이역.

 

 

[시작 노트]

지금도 그 강가엔 물수제비 떠가듯 청춘의 밤차가 달리고 있을까. 추억 속의 기차를 타고 매화꽃 흐드러진 낙동강 매화꽃 마을 원동역 찾아가는 꿈을 꾼다.

 

 

[김 백시인 약력]

 <문학공간> 등단. 한국문협 회원. 계간문예 작가회 이사. 양산시인협회 회장, 부산매일신문 문화부 기자 역임. 현대 시 창작 강사. 계간문예 작가상 수상

 저서: 시집 <자작나무 숲에 들다>. 문학공간 <문화기행>, 양산신문< 김 백 시인의 문화기행>연재. 양산시보<김 백 시인의 詩時콜콜>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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