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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무게 -시인 박 별
  • 포켓프레스
  • 등록 2024-02-03 22: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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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김밥 한 줄로 점심을 때우고

입안이 텁텁하여 귤 한쪽이라도 먹어야겠다

마트에 들러 조막만한 귤 두 개를 골라

500원 내면 되냐 편하게 물으니

놀란 듯 무게를 달아 본단다

‘132 그램! 640원’

귤 한 개에 320원 비싼 건가 싼 건가?

 

그러면 내 몸의 무게 내 몸의 가격은

어리둥절 휘황한 먼 노을을 바라본다

그렇다면 저 노을의 무게는? 

 

세상이 넘 한길로 내달리고 있다

귤에게 처음 미안하다

매일 거대한 꽃다발 거저 주는 노을에게도.

 

 

<시작 노트>

 세상의 변화가 상상을 뛰어 넘는다.

귤을 무게를 달아서 사 본 것은 처음이다. 뭐 사면 개평으로 집어주던 인정의 손길이 이젠 바보스럽다. 팥알 넣은 귀여운 붕어빵도 4개에 3천원! 이·팔전쟁의 발발로 물가도 더 오르고, 사 람들 마음도 연기 속에서 헤매는지 무엇이든지 무게를 달아야 발길을 뗀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그가 손에 든 돈만 보인다. 그나마 무게를 달 수 없는 노을에 사랑과 위안을 얻고 사람의 마음이 가장 크고 무거운 것임을 부인할 수 없기에 시 한편으로 미소 지어본다.

 

 

<박별시인 약력>

2016. <한국작가> 봄호 詩 등단. 충북문인협회 사무국장 역임

현.충북시인협회 청주지회장,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정회원

2018 황조근정훈장 수훈, 2023 충북시인상, 한국문인상, 청주문학상

시집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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