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김밥 한 줄로 점심을 때우고
입안이 텁텁하여 귤 한쪽이라도 먹어야겠다
마트에 들러 조막만한 귤 두 개를 골라
500원 내면 되냐 편하게 물으니
놀란 듯 무게를 달아 본단다
‘132 그램! 640원’
귤 한 개에 320원 비싼 건가 싼 건가?
그러면 내 몸의 무게 내 몸의 가격은
어리둥절 휘황한 먼 노을을 바라본다
그렇다면 저 노을의 무게는?
세상이 넘 한길로 내달리고 있다
귤에게 처음 미안하다
매일 거대한 꽃다발 거저 주는 노을에게도.
<시작 노트>
세상의 변화가 상상을 뛰어 넘는다.
귤을 무게를 달아서 사 본 것은 처음이다. 뭐 사면 개평으로 집어주던 인정의 손길이 이젠 바보스럽다. 팥알 넣은 귀여운 붕어빵도 4개에 3천원! 이·팔전쟁의 발발로 물가도 더 오르고, 사 람들 마음도 연기 속에서 헤매는지 무엇이든지 무게를 달아야 발길을 뗀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그가 손에 든 돈만 보인다. 그나마 무게를 달 수 없는 노을에 사랑과 위안을 얻고 사람의 마음이 가장 크고 무거운 것임을 부인할 수 없기에 시 한편으로 미소 지어본다.
<박별시인 약력>
2016. <한국작가> 봄호 詩 등단. 충북문인협회 사무국장 역임
현.충북시인협회 청주지회장,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정회원
2018 황조근정훈장 수훈, 2023 충북시인상, 한국문인상, 청주문학상
시집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