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몸 하얗게 씻어 말려
저 푸르른 허공중에 걸어두고
한 생애의 잉걸불 같은 뜨거움도
첩첩 쌓인 눈 속에 묻어두고
한 오백 년
차고 맑은 바람으로나 흐를까
눈에도 녹지 않는
사금파리처럼 빛났던 사랑이여
또다시 한 오백 년
훠이훠이 구름으로나 흐를까
소리 없이 흔적 없이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떠다니는 꽃잎처럼
<시작노트>
겨울은 정신을 맑게 하는 계절이다. 겨울은 천지가 차고 맑다. 이 겨울을 노래하는 시인의 가슴도 차고 맑고 아늑하다.
〔허형만 시인 약력〕
1973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황홀』 『바람칼』 『만났다』 등. 중국어 시집 『許炯万詩賞析』, 일본어 시집 『耳な葬る』. 한국시인협회상, 영랑시문학상, 공초문학상 등 수상. 현재 국립목포대학교 명예교수. <4인시>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