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홀로 졸고 있는
빈 들판
뼈마디 드러난 자리
이제야 옆이 보이고
하늘도 보인다
가끔은
떠나보낸 그리움이 치밀어 올라
가슴이 아린다
찬 바람에 파고드는 외로움을
안으로 삭이며
조금씩 나를 비워간다
늘어가는 나이테에 빈속을 다독인다
낮아진 하늘을 받치고 서면
봄은 어김없이 또 그렇게 찾아오겠지
[시작노트]
빛이 바랜 누런 벌판이 겨울을 품고 있다
잎이 떨어져 가지만 남은 나무 사이로
하늘이 드러난다.
인생의 겨울 앞에 이제사 조금씩 나를 비워간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를 비워가며 채워가는 걸게다.
아직 희망을 내려놓기는 이르다.
새잎이 피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봄을 기다리며
겨울나무는 그렇게 모진 날들을 견디고 있다
[조은미시인 약력]
2013년 한국현대시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구연문화위원회 위원,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
계간문예 이사,
한국문협 광진지부 감사.
저서: ≪억새, 아침을 열다 ≫, ≪쉼, 그 언저리 ≫, ≪음악분수≫ 외
수상: 계간문예 상상탐구 작가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상(시 부문),
영랑문학상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