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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아로 선인장 (Saguaro Cactus) -시인 김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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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4-01-15 20: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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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닥, 투닥, 투닥... 온 생애를

야생마처럼 휘젓고 살아온 내가

몇백년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한번 뿌리내린 그 자리에

묵묵히 서서 한 평생 견디며 살아온 너를 생각한다.

팔랑거리는 이파리 대신 가시옷을 두르고

악어보다 더 질긴 갑옷을 걸치고

이글거리는 태양과 맞서 순응인지, 저항인지

오래 죽지 않고 살아온 너를 생각한다.

망막한 세월 외로움이야 없었으랴,

하많은 세월 죽고 싶었던 절망감이야 없었으랴.

후두둑 소낙비 내리면 물 한 모금 적시고

산마루에 걸린 무지개를 즐길 때도 있었느니,

목숨을 부지하는 일은 고난과 고난의 연속이라

어찌하랴, 체념을 뿌리로 딛고

오직 하늘을 우러러는 구도자가 되어

한 뼘 한 뼘 생의 탑을 올렸으리.

 

 

[시작노트]

사구아로 선인장은 선인장 중에서 가장 키가 높게 자란다. 그 꽃씨앗을 용과라 하는데 열메껍질에도 가시가 총총히 박혀있다. 그 열매속에 무수한 씨앗이 들어있는데 그걸 새가 쪼아먹고 똥을 누면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만나면 발아를 시작하여 자라게 된다. 그 확율은 수백만분의 일이라 말하리라. 그후 적당한 키로 자라자면 또 수백만년이 걸린다. 그래서 사구아로 선인장은 참 대단한 신비의 선인장이라 짐작된다. 인내의 화신이요 생에 대한 찬미의 선인장이 아닐 수 없다. 태양을 위해 기도하는 신비의 나무에게 경건한 기도를 드린다. 오, 사구아로 선인장이여!

 

 

[김호길시인 약력]

*63년 개천예술제 시조백일장 장원

*65년 서벌 박재두 김춘랑 조오현등과 <율시조>동인

*시집: ‘하늘환상곡’, ‘떠돌이의 혼’, ‘사막시편’, ‘모든 길은 꽃길이였네’ 등

*수상: 유심작품상, 미주문학상, 팔봉문학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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