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빵빵한 팥자루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 커다란 팥자루 한 귀퉁이가
툭 터졌다
단단하고 똘똘한 팥알 하나 굴러가면
뒤따라 줄줄이 딸려 나오는 웃음
그는 늘 웃음을 퍼뜨리는 터진 팥자루였다
<시작 노트>
그는 항상 자신의 키보다 더 큰 팥자루를 안고 다녔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팥자루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한 귀퉁이가 툭 터지곤 했다. 터진 그 구멍에서 또르르 구르는 팥알 하나. 팥이 빠져나온 그 자리에서는 웃음이 줄줄이 딸려 나왔다. 그렇게 그는 늘 웃었다. 웃음밖에 몰랐다. 그와 마주하면 주름진 마음이 펴지곤 했는데 지금은 그 웃음 만날 수 없구나.
[구순희시인 약력]
*198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