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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화가獻花歌* 2 -시인 정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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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12-12 19: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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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창밖에 노래를 심어요

어제는 은방울꽃 그제는 수선화 오늘은 또 범부채꽃

매일 다른 새소리로 노래합니다

원시림 속을 헤매며 먹을거리에 급급했을 때도

독사와 여우의 가시덤불 숲에서도 

꽃을 맨 먼저 발견한 사람 

옷자락에 캐고 담고 싸안고 온 사람 

둥지에 남아 뒤척이는 자를 위하여

거듭거듭, 유목의 허술한 둘레마다 마음 심어두고

비바람 속을 헤쳐 가는 한 사람이 보이시나요

 

* 신라 향가에서 가져옴.


 

[시작노트]

 신라와 고려시대 향가들을 읽고 옛 마음 위에 현재의 마음을 꽃잎 한 장 얹듯이 포개어본다. 

 창밖에 시를 심는 일, 끊임없이 새로운 노래를 부르는 일이 시인의 할 일이든가? 

 원시의 숲으로부터 꽃을 발견했던 인류의 조상, 그 기나긴 수렵채집과 유목의 역사 속에서도 꽃을 사랑한 인류의 DNA에 대해서 시적 상상력을 동원해보았다. 

 꽃을 발견하고, 가꾸고, 누군가에게 그 꽃을 바치려 한 붉은 사랑에 대해서.


 

[정복선시인 약력]

 1988년 『시대문학』 등단. 시집 『변주, 청평의 저쪽』 『종이비행기가 내게 날아든다면』 등 8권, 시선집 『젊음이 이름을 적고 갔네』, 영한시선집 『Sand Relief』, 평론집 『호모 노마드의 시적 모험』. 한국시문학상, 한국꽃문학상대상 등 수상, 서울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지원금 수혜. 한국경기시협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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