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빛
차디찬 서낙동강
끝없는 갈대 행렬 위로
줄지어 먼 길 떠나는 기러기 무리를 봤습니다
묻은 정이 깊으면
흔적으로도 아픈 듯
끼륵 끼륵
내려두고 가기 힘드나 봅니다
갈대
꽃이란 이름 벗어버린
백발의 등신불 에게도
남음이
떠남보다
더 아픈 사연 있어
잠시
묻은 인연
그 비움이 힘든지
찬 바람에
웅크리고 서
온몸을 흔들어가며 울고 있었습니다
<시작노트>
김해평야의 젖줄 낙동강. 그 긴 낙동강 주위 끝없이 펼쳐진 갈대의 행렬과
세찬 겨울바람이 긴 휘파람을 몰고 텅빈 세상의 허허로운 벌판 위를 힘든
날개짓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서쪽을 향해가는 기러기들의 긴 여정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으로 허연 갈대의 광활한 흔들림에서 졸작을 그려 봤습니다
<약력>
<문예시대>등단. ‘왜사냐 물으면’ 등 4권의 시집과 <고샅문학>동인이며
정형외과 전문의로써 현역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