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했던 여름 숲은
가고 없다네
남은건 헐벗은 나무들 뿐
웃음소리 없는 겨울 숲
넉넉한 틈새 사이로
바람만이 자유롭지만
첫눈 내려 바람 그치면
숲은 거룩해질 것이네
<시작 노트>
여름 숲은 무성했다. 그래서 좋았다. 그러나 앙상한 가지뿐인
겨울나무들이 모여 사는 겨울 숲을 보면, 웬일인지
마음이 아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시력이 약해져 가는 내 눈에,
겨울 숲의 넉넉한 틈새가 보인다. 또 눈 덮인 겨울 숲의 거룩함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든, 나이 탓인가?
육신의 눈이 약해지는 만큼, 마음의 눈이 강해지는 건가?
<주광일시인 약력>
1992, 시집 <저녁노을속의 종소리>로 등단. <유형지로부터의 엽서> <당신과 세월>
변호사(한국, 미국 워싱턴 DC) 서울대(법학박사) 국민고충처리위원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세종대 석좌교수 역임. 국제PE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서울시인협회, 경기시인협회 회원. 계간 '한국시학' 편집자문위원. 서울법대 문우회 회장. '가장 문학적인
검사상'(한국문협)수상. 시집 '유형지로부터의 엽서'(2021). <셋>동인.
황조근정훈장 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