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 가냘픈 몸으로 모진 풍파 이기려나
휘청휘청 야들야들 뵈도 꺾이진 않아
한 방울 빗물에 끄덕
한 자락 실바람에 끄덕
세상사 달관하여 “너도 옳고, 너도 옳다.”
소설(小雪),
희끗한 서리 내린 거뭇한 새벽녘
명성자자(名聲藉藉) 꽃 시절 찬란하던 시절
팔등신 구등신 긴 다리 날씬한 허리
마르고 초라해지니
눈길 주는 이 하나가 없어
그래도, 그렇지만
얼어붙는 땅 겨울잠 속에도
또다시 찾아올 그날을 향해
우주(cosmos)의 부지런한 풀무질은 끊임없이 이어져
<시작노트>
점점 가을이 짧아지는 느낌이다.
이러다간 앞으로 여름과 겨울, 두 계절만 남는 건 아닐까.
그래서인지 찬란한 가을을 만끽하려는 마음들이 조바심이 되어 손에 손잡고 무조건 밖으로 나간다. 가을엔 코스모스꽃들의 대잔치를 빼놓을 수 없다. 집단으로 함께 어우러져 살랑대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저절로 선해진다. 그 시절도 잠깐! 어김없이 입동을 지나 소설이 오면 세상이 삭막해진다. 거칠고 푸석하다. 감정도 그러해진다. 그러나 잊지 말자. 삭막함은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의 준비과정이다. 모든 순간이 행복할 순 없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단어도 어느 날 사라질 것이다. 그저 그런 ‘평범함’이 될테니까. 호숫가 우아한 백조는 편안할 수 없다. 끊임없이 발을 움직여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수고한다. 삶이란 시간엔 가을도 겨울도 있다. 자연은 매순간 아름다운 움직임을 이어가야만 한다. 그것이 우주의 섭리요, 이치다. 코스모스의 삶, cosmos 아니겠는가.
<유경희시인 약력>
2016년 <한국시학>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중앙대 교육학 석사
문학동인 ‘셋’ 동인, 중앙대문인회 이사, 경기시인협회, 서울시인협회 회원
개인시집 <하룻강아지의 꿈>, <수국 지는 자리에 접시꽃 피다> 동인시집 <셋1~5집>
前) 중앙대부속중학교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