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바라봐도 꾸부정한 저 어깨는
곡괭이 닮아버린 동갑내기 집안 아재
고향 땅 어루만지던 흙 묻은 손 내민다
중학교 마치면서 엇갈렸던 생의 회로
너른 들판 농사지을 꿈을 꾸던 그 얼굴에
쨍하고 햇살 무늬가 퉁겨지고 있었다
물 깊은 열 마지기 발을 빼지 못한 채
혼자 된 어르신들 알전등 끼우느라
생머리 나풀거리던 아가씨도 놓쳤다
비바람 견뎌내며 열매 맺는 벼들처럼
내 안에 갇혔던 말 풀어놓고 웃는 날
친구들 모두 불러서 풍물 한번 치잔다
[시작 노트]
고향을 지키고 있는 고향 아재들이 항상 있다. 도시화에 어울리지 못한 채 주저앉다 보면 고향에 눌러앉게 마련이다. 고향에서 이런 저린 일을 젊은이가 없다 보니 어르신들 심부름을 하다 보면 어느 날 돌아보니 장가도 못 가게 된다. 그래도 열심히 고향을 지키면서 농사를 지으면서 나름의 삶을 지탱해 나가고 있다. 고향 아재들이 이제는 고향을 지키는 버팀목이 된다. 그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박홍재 시조시인 약력]
2008년<나래시조> 등단.
시조집《말랑한 고집》(2017년),《바람의 여백》(2021년,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길과 풍경》(2022년). 나래시조, 한국문협, 부산문협,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회원,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 부산시조작품상 수상(2019년), “예감”동인.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국제신문 시민기자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