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마치고, 회사 담벼락에 엎드려 잠든
자동차를 깨워 집을 묻는다
달도 없는데, 오늘은 유난히 길이 환하다
방마다 아이들 잠을 돌려보내고
소파에 기댄 채 잠든 맞벌이 아내가
밝혀놓은 식탁 위 환한 보름달 하나
문틈을 새어나와 골목 어귀에서
늦은 밤길을 비추었구나
퇴근길, 길 건너 편의점에서
보름달 하나 품어와 당신 머리맡에 얹어 두고
미안한 잠에 들었구나
뜬 눈만큼 불편한 저 자세가
늦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곤한 잠을 반만 깨워 침대에 눕히고
나는 아이 방 문을 한번 열었다 닫는다
외투를 입은 채 쌀을 안치고
당신의 알람을 고쳐놓는다
뒤척이는 소리에 눈 뜬 어둠을
토닥여 다시 재우고
아내의 곤한 새벽잠이 되어준
보름달 한 봉지 들고 먼저 나서는 출근길
선잠을 함께 깬 아침달이 환하다
[ 시작 노트 ]
참 고단한 세상이다. 세상은 살기 좋아졌다지만 삶은 늘 퍽퍽하다. 가족을 위해 혼자서 짐을 지던 가장의 모습은 점점 퇴색되고 온가족이 발품을 팔아야만 좋아진 세상을 조금은 누리고 살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무엇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 있기에 가족은 서로를 바라보고 의지하며 어제를,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 권상진 약력 ]
경북 경주 출생
2013년 전태일문학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눈물 이후』 『노을 쪽에서 온 사람』, 합동 시집 『시골시인-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