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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아도 닦아도 먼지가 쌓인다 -시인 김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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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10-16 08: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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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이렇게 켜켜이 먼지를 쌓는 일

 

지치지 않고 쌓이는 낙엽을 쓰는 청소부

장작불에 그을린 화로의 검댕이 닦아내는

시꺼먼 목장갑의 아주머니 손처럼

 

꿈꾸는 새날은 

닿지 못할 시림으로 더욱 푸른 

가을하늘처럼 푸르고 푸르기에

조금만 더 하자

조금만 더 할께라며 

살얼음 걷다 지친 

어깨 두드리며 

행복을 깨우는 일

 

따스함으로 

추워도 얼지 못할 따스함으로

오늘을 닦고 또 닦으리

 

어쩌면 내게 남은 

마지막 길인 듯

 

 

 

[시작 노트]

 지금 내가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하기 싫고 귀찮거나 더럽게 여겨지는 일들을 묵묵히 하시는 분들 덕분이다. 삶을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게을러지지 않도록 육체나 정신적으로 나를 닦고 또 닦는 일이다. 빛나지는 않지만 나로 인해 주변이 어두워지지 않도록 정성으로 오늘을 닦고 또 닦아야겠다.

 

 

[김미외시인 약력]

2002 <예술세계> 등단. 청시시인회 회장.

수상; 철도문학상 우수상(시), 백산전국여성백일장 최우수상(시), 동서문학상 맥심상 (수필) 외 다수

시집: 『둥근 세상의 춤을 추겠습니다』『동백꽃 저리 곱게 피었잖아』『기억나무에 남아있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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