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손녀가
-함머니라고 부를 땐
음계가 따로 있다
혀 짧은 목소리로 할.머.니하고
솔을 부르면
덩달아 나는 라가 된다
이름도 아니건만
함무니를 부르는 소리
너무나 애교스러워
침침한 눈, 어깨결림
느릿느릿 오게도 생겼다
[시작노트]
세 살 손녀가 부르는 할머니는 확실히 따로 음계가 있습니다.
생전 첨, 할머니라 불리게 될 두려움 같은 건 세 살 손녀가 입으로 함 머 니 라고 부르게 되면서 감히 상상하지 못한,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노래 소리가 되었지요,
그런데 절대, 남편이나 다른 누군가가 ‘누구 할머니’라고 하면 효과 없고요,
꼭 손녀(손자)가 불러줘야 최고의 이름이 된답니다.
[문연자시인 약력]
2012 『월간문학세계』 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학사편찬 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소정문학 동인, 불문회 동인
세계문학상 본상 수상, 계간 시원 우수상 수상
시집 『아버지의 사랑 세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