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톱머리 바닷길을 걸으며
파도와 바람과 해송의 노래를 듣는다
순하디 순한 전라도 사람
뿌사리 웃음소리 듣는다
간밤에 쓴 물결의 필체를 읽는다
해독할 수 없는 밀물의 감정
이제 마악 사랑을 시작한 밀물,
물꽃의 은유를 본다
휘어진 소나무와 파도의
닿을 듯 말 듯한 당김의 각도
짭조름한 갯것을 찾아 입질하는
하얀 공복의 갈매기들
톱머리 바닷길 걸으면
소나무 그림자, 모래갯벌에
갈맷빛 치마폭을 펼치고
약속시간에 갈까 가지말까
흔들리는 마음, 윤슬처럼 빛난다
[시작노트]
올 여름 고향에 있는 톱머리 바닷가에서 숙박한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솔밭 길을 걸으면서 해풍과 잔잔한 파도소리가 참 새롭게 느껴진다. 휘어진 소나무와 파도소리 들으며 산책하는 길, 온몸으로 톱머리 바닷가의 오감각을 느껴본다. 이렇게 아름다운 무안군에 군사공항이 이전되는 걸 결사반대한다.
[강현주시인 약력]
2011 <열린시학> 등단. 열린시학, 무안문인협회, 전남시인협회 회원
한국카톨릭문인회 회원. 저서-달팽이의 별, 붉은 아가미, 아직 꽃물, 아니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