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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의 유혹 -시인 조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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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09-30 20: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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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갈 하늘이 깊다 

무슨 바다가 저리도 고요한가

감나무 하나를 통째로 띄어보았다

둥둥 떠내려 갈 줄 알았는데

그 자리 멈춰 있다

 

감나무엔 아까부터 유혹하던 단감이 

나그네를 시험한다

내가 점잖을 줄 알았나보다

 

문득, 기억도 가물가물한 친구들과 

앳된 여인의 얼굴과 겹치는

손닿을 만한 곳에 감이 있다

 

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깝다

무슨 사방이 이리도 조용한가

감 하나를 통째로 땄다 

입에 물면 정신이 혼미할 것 같은데

그 다음은 나도 몰라

 

  

 [시작노트]

 가을 하늘은 뭐든 띄우고 싶은 만큼 드넓고 청명한 바다다. 내 일터 중학교 교정에 있는 세 그루의 감나무들을 바라보며 쓴 단상이다. 감나무는 해마다 내게 시상을 떠올려 준다. 봄이면 잎이 나고 꽃이 피어나는 표정에서 신입생들의 앳된 등교 모습을 보고, 가을이면 자연의 섭리도 느끼지만 때로는 익어가는 과일을 보며 본능도 안날난다.

 

 

[조선형시인 약력]

계간<문학세계>(1993)에서 (낭승만)추천완료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성남탄천문학회 회장, 담쟁이문학 고문, 문학人신문 논설위원

시집:『기차도 멈춘 호숫가에』<오감도> 간(1999), 2집, 『물꼬』 <문예운동사>(2010), 3집, 『The Waterway (물꼬-Ⅰ)』 <문예운동사> 간(2011), 4집. 『엄마의 강』 도서출판 <생각나눔>(2020)

 산문집: .『느티나무의 아침』 도서출판 <생각나눔>(2017)

 번역집: 『세계화를 향한 한영 시선』 영문번역집(1&2집) <명성서림>(2022)  

 소설: 장편소설 『둥지』 도서출판<생각나눔>(2023)

 허난설헌 문학상 본상 (2011),  ‘2011 한국을 빛낸 사람들’ 지역문화예술 발전 공로 대상, (2011), 윤봉길 문학상(2017)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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