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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살 어느 노인의 사랑 -시인 김병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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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09-17 07: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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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살 어느 노인이 치매에 걸려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늙은 아내를 찾아

날마다 밥 수저를 떠주며 지극정성

돌보고 있다

 

아내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못하고

히죽 히죽 웃으며 떠주는 밥술을 받아먹으며

이상야릇한 괴성을 지르기 일쑤다

 

사람들이 노인에게 왜 부인이 자기를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날마다 

찾아오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노인은 아내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나는 아직 아내를

알아보기 때문이라고 말을 한다

 

노인의 대답이

가슴을 적신다

 

오늘도 수저를 든

여든 살 노인의 얼굴에는 보름달 같은

둥근 사랑의 꽃이 피어 있다

 

[시작노트]

딸을 보고 어머니라 부르고 아들을 보고 여보라 부르고 남편을 보고 아들이라고 부르며 허공을 향해 넋두리를 퍼붓는 할머니를 보노라면 인생의 허무와 무상함이 절로 솟는다. 젊어서 고생하며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은 한명도 나타나지 않고 늙은 남편이 아내를 보살피는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으며 부부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김병래시인 약력]

전 KBS부산방송 아나운서 부장

문예시대 시 등단. 수필시대 수필등단. 부산 문협. 부산 시협 회원.

문예시대 작가상. 가산문학 우수작품상 국제다인협회 시 공모 작품상.

저서: 내가 사랑하는 세 여인(시집)외 다수 아나운서와 술(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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