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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머신 -시인 방지원
  • 포켓프레스
  • 등록 2023-09-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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뛴다

속도를 차츰 높인다

구름과 하늘 태양이 함께 달린다

풍경 저편

달아나려는 시간을 붙든다

마냥 곁에 서 있을 줄 알았던 시간

 

자꾸 시선이 바닥으로 간다

바닥을 보면 어지럽다

머물려는 바닥과

달리려는 시간의 마음이 어긋나듯

하늘의 뜻도 그럴지 

점점 빠르게 

점점 느리게 마침내 멈춤 

 

땀이 흐르고

허름했던 허물이 벗겨진다

내 손으론 조절 안 되는 

어쩌면 높으신 그분의 시간버튼을 만져본 듯하다.

 

 

<시작노트>

 

용감하게 헬스장에 등록하던 날, 그동안 공연히 쭈뼛거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 건강 외엔 절대 무관심한 남녀노소가 열심히 땀을 흘린다. 습관대로 러닝머신에 먼저 오른다. 차츰 속도를 올려 걷고 뛴다. 속도와 시간을 조절하며 옆의 어떤 이는 하늘을 날 듯 뛰고, 어떤 이는 빠른 속도로 걷는다. 하늘의 구름, 소나기도 나름 자신의 시계에 맞춰 흐르는 것을. 하지만 언제나 내 곁에 머물 것 같은 시간은 필연 절대자의 속도 조절 버튼에 달렸으리.


 

[방지원시인 약력]

서울 출생, 1999년 『문예한국』 등단. 

시집 :『한고슴도치의사랑』 『비단슬리퍼』 『달에서춤을』 『짝사랑은아닌가봐』 『치즈가녹기시작하는온도』 『사막의혀』 『왼쪽귀에바닷소리가산다』 출간. 

제3회 김기림문학상 대상, 제4회 계간문예문학상 수상

국제펜한국본부이사 한국문인협회이사역임 한국시인협회이사 한국가톨릭문인협회이사 숙명여대문학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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