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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눈썹을 흔들다 -시인 양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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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09-04 14: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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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무 단을 이고 장에 가시는

 엄마를 따라가던 날

 팔랑팔랑 귀를 흔들던

 오월의 초록 잎사귀들 환호성 

 시장 입구 한켠에

 열무를 탑처럼 쌓아 놓고서

 엄마는 길옆에 앉아 졸고 계신다

 나뭇잎 그림자 같은 발걸음들만 지나간다

 꾸깃꾸깃해진 오후의 햇살 등에 업고

 오월의 눈썹을 흔들며

 텅 빈 제방뚝 길을 걸어가던 날

 엄마 뒤를 시큰둥하게 따라가다가

 포도송이처럼 자라는 섭섭한 어린 마음

 애꿎은 돌멩이만 걷어차던 푸른 시간

 엄마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마음

 어린 날의 철없던 녹슨 풍경 몇 점

 흰 구름 속을 떠돌다 멀어진다

 

 

 [시작노트]

 엄마를 따라 오일장에 가던 날의 풍경이다. 초등학교(국민학교) 저학년쯤 되었을 것 같다. 유일한 외출이었던 오일장이 서던 날,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던 시간이었다. 열무단을 이고 가시는 엄마는 얼마나 힘 드셨을까 나이가 들고서야 깨닫게 되는 엄마에 대한 생각들 문득 초록 이파리들 팔랑거리던 제방뚝 천변의 봄날이 어제 일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가난했던 시절 엄마는 아무일 없다는 듯 앞서 걸어가시고 어린 마음은 뭔지 모를 섭섭함에 지루했던 먼지 폴폴나던 제방뚝길 위를 이제는 추억 속에서 가끔 걸어가 본다 

[양현시인 약력]

2018년 강원문예대상 수상, 2020 월간<시>로 등단.

2022 서울지하철 시민 동모전 당선. 서울 시인협회 회원, 춘천 문인협회 회원, 춘천 시를 뿌리다 회원, 춘천 빛글 문학회 회원. 2023 시집 “푸른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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