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개망초 -시인 조현숙
  • 포켓프레스
  • 등록 2023-09-04 14:27:08

기사수정

 

개망초 무성한 묵정밭을 지나며

오래 슬픈 이름을 견뎌온

꽃들의 무성한 반란을 바라본다

 

쓸모없음이 죄가 되는 세상에서

쓸모없는 몸짓들이 모여

이처럼 눈부신 꽃을 피우다니

 

절망의 이름을 붙여준 세상에게

복수란 이런 거라고

 

짓밟히고 베여도 끝내 살아서

세상 한 편을 

이토록 환하게 밝히고 서 있다니

 

 

<시작노트>

지천에 개망초가 무성한 계절이다. 경멸과 미움의 뜻을 담은 이름 ‘개망초’.

이렇게 예쁜 풀꽃에 누가 처음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부르는 쪽에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할지라도 나는 모르는 척 환하게 웃는 개망초가 눈물겹다

그래, 그런 거지, 짓밟히고 베여도 끝내 살아내는 일, 절망 속에서도 여린 빛으로 세상 한 편을 밝히는 일, 그것이 바로 미움과 갈등 가득한 이 세상을 이기는 

가장 아름다운 복수가 아닐까. 

 

 

[조현숙시인 약력]

《시선》등단(2017). 부산문협, 부산여류문협, 새부산시협, 부산크리스천문협 회원. 

 《부산시단》편집장. 《부산시단》작가상, 《문학도시》작품상, 문심문학상 우수상. 

 한국꽃문학상 수상. 시집『미로역에서』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
error: 관리자에게 문의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