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철, 승용차를 타고
없이 장대비가 폭포처럼 쏟아지다가
그치고 쏟아지다가 그치고를 반복한다
비가 쏟아지면 와이퍼가 쉴 새 없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앞길을 열어준다
빗발이 세게 퍼부으면 더 힘차게
더 빠르게 움직인다
보이지 않는 길을 보이게, 유리창을
닦아주는 와이퍼 참으로 고맙다
우리 인생도 가끔은 역경에서 길을
헤매고 있을 때 와이퍼 같은 그런
고마운 분을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와이퍼 같은 그런 분이
곁에 있다면…
[시작노트]
여름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7월 중순 이후로 전국 곳곳에
수시로 폭우가 쏟아지고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되도록 외출을 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꼭 가야 할 곳은 가 봐야 한다.
승용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느닷없이 장대비를 만나
앞이 보이지 않아 쩔쩔맬 때가 있다. 그럴 땐 구세주처럼
와이퍼가 재빨리 가동되어 빗물을 양옆으로 걷어 내어 앞길을
열어 준다. 세찬 비가 내리면 더 열심히 움직여 위기를 몰아낸다.
참으로 고맙다. 만약 와이퍼가 없다든지 고장이 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송낙현시인 약력>
1941년 군위 출생. 2011년 <예술세계>등단.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서울 남대문 경찰서장 역임. 녹조근정훈장 수상
시집 : 『바람에 앉아』(2016) 『강물도 역사를 쓴다』(2020) 『안개 속에 떠오르는 해』(2022) 수상 : 제21회 영랑문학상 본상(2016) 제16회 시세계문학상 본상(2019)
제4회 경맥문학상(2019) 제28회 순수문학상 대상(2020) 제20회 산문학상(2021)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