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은 유(有)고 육신은 무(無)라
유는 작은 가마 타고
무는 동군들 골고루 힘 나눈 형상 타고
유택 향할 적
붉은 비단에 새긴 명찰
애달픈 곡소리 담아
천지(天地)에 고적함 심으며
바람 갈라 천천히 길 안내하면
사는 동안 누린 반상 차이
돌아가는 길에서도 살아
명찰 키도 조절했다는 한 세기 전 품계
아교풀 만난 백분 속 꼼짝달싹 못 하니
세분화된 직급 해석 버거운 현대의 자(尺)
본관만 밝히노니
처사(處士)와 유인(孺人)
이보다 더 평등한 것 또 어데 있으리
[시작노트]
누구나 비켜 갈 수 없는 상, 제례 도우미의 안내를 받지만,
현대에 맞게 변해버린 격식으로 인한 불편함을 안고서 장례에 임하며 명정을 보았다.
액운 물리친다는 붉은 색이 이승과 저승 갈림길 같고 이별의 순간 어둡지만 않음을 일깨우는 것 같은 고인의 명찰이 바람 속에선 역동적이라 곧은 대나무 마구 흔들며
고인과 함께 돌아가는 길이 유에서 무였다.
[신순임시인 약력]
경북 청송출생. 월간 <조선문학> 시부문 등단.
현대시인협회 회원,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시집 “무첨당의 5월” “앵두세배” “양동물봉골 이야기1, 2” “친정 나들이” “탱자가 익어 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