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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銘旌) -시인 신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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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08-27 19: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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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은 유(有)고 육신은 무(無)라

 

유는 작은 가마 타고

무는 동군들 골고루 힘 나눈 형상 타고

유택 향할 적

붉은 비단에 새긴 명찰 

애달픈 곡소리 담아

천지(天地)에 고적함 심으며

바람 갈라 천천히 길 안내하면

 

사는 동안 누린 반상 차이

돌아가는 길에서도 살아

명찰 키도 조절했다는 한 세기 전 품계

아교풀 만난 백분 속 꼼짝달싹 못 하니

세분화된 직급 해석 버거운 현대의 자(尺)

본관만 밝히노니 

처사(處士)와 유인(孺人)

이보다 더 평등한 것 또 어데 있으리

 

  

[시작노트]

누구나 비켜 갈 수 없는 상, 제례 도우미의 안내를 받지만, 

현대에 맞게 변해버린 격식으로 인한 불편함을 안고서 장례에 임하며 명정을 보았다.

액운 물리친다는 붉은 색이 이승과 저승 갈림길 같고 이별의 순간 어둡지만 않음을 일깨우는 것 같은 고인의 명찰이 바람 속에선 역동적이라 곧은 대나무 마구 흔들며

고인과 함께 돌아가는 길이 유에서 무였다.

 

 

[신순임시인 약력]

경북 청송출생. 월간 <조선문학> 시부문 등단.

현대시인협회 회원,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시집 “무첨당의 5월” “앵두세배” “양동물봉골 이야기1, 2” “친정 나들이” “탱자가 익어 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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