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제까지 살아온 것이
다 네 덕이었구나 하는 걸
이제사 깨닫다니,
세상 어지럽고 흔들린 것이
다 내 탓이었음을
이제서야 알아채니,
미안하구나,
참으로 한심하구나
바보는 바보로 살아야 하느니,
바보가 현인이 되겠는가
바보는 그냥 바보로 살고
현인은 현인으로 살면 되느니!
<시작 노트>
한때는 시를 깎고 또 깎고 벗기고 또 벗기려 들었다. 이제 나이 들고 보니 내가 쓰는 시가 덤덤하고 담담하고 막막하고 먹먹하기 그지없다. 맛도 없고 멋도 없다. 그저 두루뭉술하다. 나이 탓인가 하고 내가 내게 묻곤 한다.
이 「편한 세상」도 그렇다. 시는 가장 인간적이고 자연에 가까운 언어로 쌓은 탑이다. 편하게 살다 가자!
[홍해리시인 약력]
1969년 시집 『투망도投網圖』를 내어 등단. 시집 『독종毒種』, 『치매행致梅行』 외 다수와 시선집 『홍해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마음이 지워지다』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