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물들 때가
그 때였나
내 눈앞도 노랗게 색칠된 세상
후드득 눈물 쏟아내고 불러보니
이미 늦어
가지 끝에는 늘 웃어도
웃지 못한 얼굴 있었다
난 그 둘레를 재고
높이를 재 보다
등을 대고 불러 본다
아빠,
아버지,
헤어지고 난 후에도
백 년이 못 되었고
닳아버린 신발에서 뿌리가 나와
뻗을 때까지 난 그 위에서
뒹굴다 보니 나무보다 더 높이
떠오르더니 흔적이 없다
[시작노트]
충북 영동 천태산에 천태산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23호)가 있습니다
천년이 넘는 은행나무를 보면서 자식을 먹여 살리시느라 고생하시던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연상했습니다.
아버지 그 힘겨운 발과 몸을 은행나무를 보며 깊에 지탱하는 저 뿌리 아버지도 온 세상 고통 다 견딘 것처럼 사계절 무던히 견딘 천년의 세월을 생각하니 저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은월 김혜숙시인 약력]
2013년 <서울문학> 신인상 등단. 한국문인협회, 서울문학문인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사무차장 역임.
서울월간시인협회 현 사무처장
시집; [ 어쩌자고 꽃 ] [ 끝내 붊음에 젖다 ] [ 아득하고 멀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