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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다비식 -시인 정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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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08-09 20: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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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의 삶은 더럽고 차가운 욕기바람에 

사랑마저 잃어버리고 

덧없이 스러지는 갈대꽃이던가

 

그물에 걸려 헐떡거리는 물고기

오늘은 어느 밥상을 위하여

거룩한 다비식을 치르고 있을까,

장작더미에 솟아오르는 불꽃은 

선(善)의 불꽃인가, 악(惡)의 불꽃인가,

육신이 재가 되어 북새바람에 날아가면

눈물은 별이 되어 빛나고 있을까

 

아, 우리 삶 길에 반드시 지나가는 

세한의 북풍 속 

아리고 눈물겨운 적멸의 최후성인식, 

그 잔혹한 의식을 치룬 후에야 

탐욕을 버릴 수 있는가, 중생들이여

 

<시작노트>

 법정은 송광사 불임암 가는 작은 숲길을 걸으면서 무소유를 실천하려 노력하였다. 우리는 탐욕으로 인해 무언가 가득 채우고 소유하려 한다. 중생의 길을 걷는 범부(凡夫)들은 돈과 권력, 명예를 쌓기 위해, 자기 삶의 참다운 가치를 잃어버리고, 바람에 스러져 우는 갈대처럼, 밥상 위에 올려진 물고기처럼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삶을 마감하는 존재는 아닌지 생각해 본다. 은은한 종소리를 내는 명종(名鐘)은 속을 비웠기 때문에 울림이 크다. 시인도 그래야 된다.

 

*정근옥(素江): 시인, 문학비평가, 문학박사, 

국제펜한본부감사.한국현대시인협회지도위원(부이사장역),한국문인협회회원,‘시와함께’주간,중앙대문인회부회장,서울교원문학회장,상계고교장(역),대한교육신문논설위원,‘신문예문학회’ 지도위원 등, ‘한국현대시인상’ 수상 외

‘교육신보’,‘한국시’ 신인상 당선 시작활동.

시집‘수도원 밖의 새들’,‘인연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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