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요일
유리창에서 올챙이가 끊임없이 태어난다
한 마리 두 마리
끝없이 줄지어
눈썹 휘날리며 곤두박질치며 헤엄치는 올챙이
다리는 뱃속에서 속도를 굴린다
볼록한 비밀에 싸여있던
앞다리 뒷다리
뿅알 뿅알 뿅알 뿅알
우주 깨고 밖으로 나오면
전생을 까맣게 잊는 순간이다
뱀 눈알 냄새가 번지는지
체온보다 뜨거운 속도로
휘릭휘릭 유리창 거침없이 질주하는 올챙이
겨우내 땅속에서 어미 젖꼭지 빨면
촉촉한 휘파람 조용히 불어주던 아비 정이 아니라
올챙이는
뱃속에 두고 온
다리를 찾아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투명한 헤엄은 올챙이 울음이었다
마음심지 낮추고 보니
개구리는 눈 속에 붓다의 염주알 굴리며
올챙이의 무사함을 비는 게 보였다
올챙이국수가 되지 말고
제발, 개구리가 되라고
[시작 노트]
비 오는 날이면 유리창에는 경쟁이 일어난다. 우리가 태어나기 위해 수억대 1의 경쟁을 뚫고 달리듯 유리창 빗물도 있는 힘을 다해 달린다. 그 모양이 꼭 올챙이를 닮아 모든 생물들이 한 번 태어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달려야만 하나? 기이한 생명 탄생 비밀을 몰라 상상해서 써 보았다. 그렇게 태어나도 비운을 맞을까 노심초사 하는게 부모이듯 모든 생물 역시 노심초사 할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보았다. 늘 남보다 부족하단 생각이 들면 자신으 탓을 조상탓?으로 돌리는 인간의 심리를 써보았다.
[이서빈 약력]
■경북 영주 출생.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달의 이동 경로’‘함께,울컥’민조시집‘저토록 완연한 뒷모습’ ‘창의력 사전’外
■한국 문인 협회 인성교육 개발위원, 한국 펜클럽 회원, 시인뉴스.모던포엠.현대시문학 편집위원. ■소설 ‘소백산맥’ 17권 영주신문 연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