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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가면 -시인 탁영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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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07-19 11: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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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삶처럼 뭐 별거 있겠나

은혜 모를 해 종일 쬐다가

불현듯 비바람치고 

폭풍 해일로 생사 뒤집어 뒤늦게 보수도 하는

 

머리칼 휘두르고 감는 바람

외진 마음 한 바퀴 돌아 떨어져 앉은 돌 가파도

 

청보리밭 사잇길로 

그날로 닫혔던 기도氣道와 시야가 열리고

세상 견디는 한켠 나지막하니 

치아를 다 드러내고 웃고 있네 

잊었던 춤을 추듯 바람을 안고 부루스 

왈츠까지 양팔을 짝짝 다 벌리고

시인의 가슴만한 섬마다 꽃을 피우고 다니는 

지구별 여행자를 만난다

 

가파도

안갚아도 그만인 한생의 빚

뱃전에 다 던지고 가자

당신 앞에 그리 무겁던 어깨 통증

보리밭 유체꽃 노랑 손짓에 잠시 잊고

아니, 까마득 잊고 

발부리에 문득 와닿는 무뿌리이듯 

굵직하게 묻힌 밑바닥 실체 

 

 

[시작노트]

앞날을 알 수 없는 우리 무력한 삶 어느날 불현 듯 닥친 죽음보다 아픈 형벌

당신은 말도 못하고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서지도 걷지도 못한다 

당신께 진 이리 무거운 빚을 잠시 잊어도 되나 꽃을 피우는 지구별 여행자가 되는 어느날 

 

 [탁영완시인 약력]

호 연담蓮譚 진주 출생

‘86 시문학(문덕수)천료등단, 현,한국문인협회 국제pen클럽한국본부 자문위시협, 한국시문학문인회 부산지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지도위원, 부산진구 문화예술인회 문학회 회장,제32회한국현대시협상 수상(’09), 제30회 부산시인협회상 본상 수상(‘22) 시집<바다 탯줄을 당기다>등 13권 출간, 중등교직 정년퇴직(2011) 홍조근정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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