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삶처럼 뭐 별거 있겠나
은혜 모를 해 종일 쬐다가
불현듯 비바람치고
폭풍 해일로 생사 뒤집어 뒤늦게 보수도 하는
머리칼 휘두르고 감는 바람
외진 마음 한 바퀴 돌아 떨어져 앉은 돌 가파도
청보리밭 사잇길로
그날로 닫혔던 기도氣道와 시야가 열리고
세상 견디는 한켠 나지막하니
치아를 다 드러내고 웃고 있네
잊었던 춤을 추듯 바람을 안고 부루스
왈츠까지 양팔을 짝짝 다 벌리고
시인의 가슴만한 섬마다 꽃을 피우고 다니는
지구별 여행자를 만난다
가파도
안갚아도 그만인 한생의 빚
뱃전에 다 던지고 가자
당신 앞에 그리 무겁던 어깨 통증
보리밭 유체꽃 노랑 손짓에 잠시 잊고
아니, 까마득 잊고
발부리에 문득 와닿는 무뿌리이듯
굵직하게 묻힌 밑바닥 실체
[시작노트]
앞날을 알 수 없는 우리 무력한 삶 어느날 불현 듯 닥친 죽음보다 아픈 형벌
당신은 말도 못하고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서지도 걷지도 못한다
당신께 진 이리 무거운 빚을 잠시 잊어도 되나 꽃을 피우는 지구별 여행자가 되는 어느날
[탁영완시인 약력]
호 연담蓮譚 진주 출생
‘86 시문학(문덕수)천료등단, 현,한국문인협회 국제pen클럽한국본부 자문위시협, 한국시문학문인회 부산지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지도위원, 부산진구 문화예술인회 문학회 회장,제32회한국현대시협상 수상(’09), 제30회 부산시인협회상 본상 수상(‘22) 시집<바다 탯줄을 당기다>등 13권 출간, 중등교직 정년퇴직(2011) 홍조근정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