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多情도 병인 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시인 유경희
  • 포켓프레스
  • 등록 2023-07-10 11:48:07

기사수정

오늘도 

‘혹시’가 ‘역시’로 불멸의 밤을 지새우고 

뿌연 새날을 맞이하다 

 

이제 잠드는가 하면 한 시간이 지났고

또 잠들었나보다 하면 한 시간이 지나는

 

마치 

세상 종말 막으려 시간마다 체크하는 

어느 성직자의 몸부림처럼

규칙적인 반복의 고통스런 시간 사냥

 

새벽 두 시쯤이 되면 

아예 수면안대를 걷고 머리맡의 폰을 들어 

톡 사진 바꾼 사람을 찾아 잘살고 있음을 체크하고

인터넷 뉴스 場으로 들어가

세상사 이모저모를 체크하며 울다 웃다 분노하다 

 

시간을 거듭할수록 뇌는 점점 더 활성화하여

세밀한 걱정거리 근심거리 문어발처럼 파생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

‘들으면 10분 안에 잠드는 음악’ 탐색하다가

 

어제의 피곤한 해가 다시 뜬다

東으로부터 새벽이 도래한다

 

 

<시작노트>

누구나 한 번쯤은 불면증으로 힘들었던 날이 있었을 것이다.

오늘은 잘 잘 수 있을까. 저녁 무렵이 되면 불안한 기운마저 든다.

갱년기를 지나고부터 불면증에 시달리는 날들이 많아졌는데 입시를 앞둔 시절에도 밤새워 공부한 날이 없는 나로서는 고통의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파생되는 생각의 소재들은 주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내가 남달리 사람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많기 때문일까. 가족, 친구, 동료나 지인으로 시작하여 나아가 사회, 인류에 이르기까지... 마치 성직자처럼 심각한 책임과 의무의 짐을 지고 밤을 지새우는데 생각의 조각들은 대부분이 부정적인 기우(杞憂)로 우울과 편집증 환자로 만들어간다.

이 시는 시의 자아가 자신의 불면 상태를 관찰자시점으로 써 내려갔다.

 

[유경희시인 약력]

2016년 <한국시학> 신인상 등단. <셋> 동인. 경기시인협회, 서울시인협회 회원, 중앙대문인회 이사. 전) 중앙대부속중학교 국어교사

시집 ‘하룻강아지의 꿈’ ‘수국 지는 자리에 접시꽃 피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
error: 관리자에게 문의하여 주십시오.